“임플란트 8개를 해야 한다는데, 이게 정말 다 필요한 건가요?”
최근 들었던 임플란트 실제 사례입니다.
어머니가 앞니 2개 임플란트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치과에서 어금니 4개는 뿌리밖에 안 남아서 발치 후 임플란트를 해야 하고, 앞니가 없어서 주변 치아가 무너졌으니 발치 후 뼈이식하고 임플란트 4개를 더 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괜찮아도 시간 지나면 무너진 치아가 빠질 거라고 했다네요.”
총 8개에 780만원이라는데,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생니를 굳이 뽑아야 하나 싶어 과잉진료 같기도 합니다. 치과를 한 곳 더 가보면 알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혼란스러운 건 당연합니다.
오늘은 이 사례를 중심으로 임플란트 권유가 정말 필요한 치료인지, 과잉진료인지 구별하는 방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뿌리밖에 안 남았다”는 말의 의미
자연치아가 최선이지만, 항상은 아닙니다
누구나 자연치아를 보존하고 싶어 합니다. 아무리 임플란트 기술이 발전해도 자연치아의 기능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무조건 살려두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위 사례에서 “어금니 4개가 뿌리밖에 안 남았다”는 진단은 치아의 대부분이 이미 손상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발치가 불가피한 두 가지 상황
첫째, 치아 뿌리까지 충치가 진행된 경우
충치가 표면에만 있다면 치료로 회복 가능합니다. 하지만 뿌리까지 깊이 썩어 들어간 상태라면 보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둘째, 잇몸뼈까지 염증이 확산된 경우
치주 질환이 심해져 뼈까지 감염되면, 해당 치아를 살리기 어렵습니다.
왜 방치하면 안 될까?
문제가 있는 치아를 그대로 두면 주변 치아까지 감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염증과 세균은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치아 1개만 발치하면 끝날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2개, 3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 상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핵심입니다.
2. “주변 치아가 무너졌다”는 진단, 믿어야 할까?
위 사례에서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앞니 주변 치아 4개도 발치 후 뼈이식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니, 이게 정말 필요한 건가?”
빠진 치아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
치아가 상실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문제 1: 주변 치아 배열이 무너집니다
치아는 빈 공간을 채우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 양옆 치아가 빈 곳을 향해 서서히 기울어집니다
- 위아래 맞물리던 치아가 브레이크 없이 올라오거나 내려갑니다
사례의 어머니가 “주변 치아가 무너졌다”는 진단을 받은 것은 바로 이런 상태를 의미합니다.
문제 2: 잇몸뼈가 손실됩니다
치아는 음식을 씹는 도구일 뿐 아니라 잇몸을 보호하는 방패입니다.
치아가 없어지면:
- 잇몸이 직접적인 자극과 세균에 노출됩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염증에 취약해집니다
- 심한 경우 잇몸뼈가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사례에서 “뼈이식 후 임플란트”를 권한 것은 이미 뼈 손실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시간 지나면 빠질 거라고” – 과장일까, 사실일까?
사실입니다.
기울어진 치아는 제 기능을 점점 잃어갑니다. 교합이 맞지 않고, 청소가 어려워지며, 결국 흔들리거나 빠지게 됩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 치아 역학의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3. 과잉진료 구별하는 3가지 방법
방법 1: X-ray 사진을 직접 확인하세요
“왜 이 치아를 뽑아야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X-ray 사진에 있습니다.
좋은 치과는 환자에게 직접 사진을 보여주며:
-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는지
- 뼈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 주변 치아가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막연하게 “발치가 필요합니다”만 반복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 2: 치료 계획의 근거를 요구하세요
위 사례처럼 임플란트 8개를 권유받았다면 이렇게 물어보세요:
- “왜 이렇게 많은 임플란트가 필요한가요?”
- “어금니 4개는 뿌리만 남았다고 하는데, X-ray로 보여주실 수 있나요?”
- “주변 치아가 무너진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정확히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 “단계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나요?”
이런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방법 3: 세컨드 오피니언을 받으세요
사례의 질문자처럼 “치과를 한 곳 더 가보면 알 수 있을까요?”라고 고민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입니다.
다른 치과에서도 비슷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제시한다면, 이는 과잉진료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치과마다 진단이 크게 다르다면,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세컨드 오피니언을 받을 때는:
- 첫 번째 치과의 X-ray 사진을 받아가세요
- 같은 사진을 보고 다른 진단이 나오는지 확인하세요
- 두 곳의 치료 계획을 비교해보세요
4. “780만원, 저렴한 편인데…” – 가격 함정
위 사례에서 “임플란트 8개에 780만원, 저렴한 편”이라고 했습니다.
개당 약 97만원 수준입니다.
가격만으로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임플란트는 단순히 심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가격에는 이런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 사용하는 임플란트 브랜드
- 뼈이식 재료의 품질
- 수술 후 관리 시스템
- 보증 기간과 사후관리
지나치게 저렴하다면 어딘가에서 비용을 절감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확인해야 할 것들
- 어떤 브랜드의 임플란트를 사용하나요?
- 뼈이식 비용이 포함된 가격인가요?
- 보증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 사후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가격이 저렴한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성공률과 사후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5. 이 사례, 과잉진료일까?
위 사례를 분석해보면:
어금니 4개 발치 + 임플란트
“뿌리밖에 안 남았다”는 상태라면 발치는 불가피합니다. 이것은 과잉진료가 아닙니다.
주변 치아 4개 발치 + 뼈이식 + 임플란트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X-ray 사진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 치아가 실제로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 뼈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 즉시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경과 관찰이 가능한지
만약 실제로 심각하게 기울어지고 뼈 손실이 진행된 상태라면 이 역시 필요한 치료입니다.
하지만 경미한 기울어짐인데도 즉시 발치를 권한다면 과잉일 수 있습니다.
결론: 세컨드 오피니언은 필수
이 사례에서는 반드시 다른 치과에서도 진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특히 “생니를 발치”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6. 양심적인 치과를 구별하는 기준
투명하게 설명하는가?
- X-ray 사진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는가?
- 치료가 필요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가?
- 각 치아별로 상태를 설명하는가?
환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가?
- “왜요?”라는 질문에 귀찮아하지 않는가?
- 치료 계획을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하는가?
- 선택권을 환자에게 주는가?
무리한 동시 치료를 강요하지 않는가?
- 모든 치료를 한 번에 해야 한다고 압박하지 않는가?
- 긴급한 것과 경과 관찰 가능한 것을 구분해주는가?
- 단계적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가?
치료에 떳떳하고, 환자에게 숨기는 것이 없는 곳
이것이 진짜 양심적인 치과입니다.
마무리: 의심보다 확인이 중요합니다
임플란트 8개를 권유받았을 때, “과잉진료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무조건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위 사례에 대한 조언:
- 반드시 X-ray 사진을 직접 확인하세요
- 각 치아별로 왜 발치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세요
- 첫 번째 치과의 X-ray를 받아서 다른 치과에서 세컨드 오피니언을 받으세요
- 두 곳에서 비슷한 진단이 나온다면, 그것이 필요한 치료라는 증거입니다
- 진단이 다르다면, 세 번째 의견도 고려해보세요
치과 치료는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연치아를 발치하는 것은 영구적인 결정입니다.
충분히 설명 듣고,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납득한 후 결정하시길 바랍니다.